시간박물관(이하 박물관)에 올라온 각종 글들을 보는 게 내 취미다. 박물관은 커뮤니티 성격이 강한 곳이다. '시박빠'라는 이름이 부끄럽잖게 스맛폰과 PC에서 시박을 좀체 떼어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회원들이 대폭 물갈이가 될 때마다 빚어지는 현상, 어떤 흐름 같은 것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게 됐다. 글쎄,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마케팅적 관점에서 사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든 리마커블한 요소를 부각시켜야 하며, 이러한 요소를 보다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방법론에 치중할 밖에. 고객의 관심은 곧 돈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가능성이기 때문에 세스 고딘의 말처럼 "마케터들은 모두 새빨간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케터들이 펼치는 다양한 전략.전술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을 두고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오늘도 뻔한 거짓말에 속고, 그럴듯한 환상에 주머니를 뒤적거리게 된다. 왜 그럴까? 
 인간에게는 알면서도 속고 싶어하는 이상한 성향을 저마다 조금씩은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향이 분출되는 시점이 곧 셀링 포인트인데, 이것은 박물관스럽게 표현하자면 일종의 성감대에 해당된다. 마케터들은 각 사람들을 자극시킬 수 있는 일종의 '딜도'를 가지고 사람들의 성감대를 집요하게 자극해댄다. 너무 강하거나 너무 약해도 안 된다. 조금만 어설퍼도 사람들은 금방 '내가 뭐하는 짓이지?'하는 자각을 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교의 '중용'은 만고의 진리다. 끝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 적당히 자극하다 빠지면, 저 혼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터들의 거짓말은 환상이다.
 박물관이 다른 성인사이트와 다른 것은 노골적인 면들을 막 까대지 않는 묘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환상은 사업을 영위해나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박물관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려댄 이미지메이킹이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고급한 사람들의 만남이 있는 곳'일 게다. 쉽게 말하면 '고급화'전략인데, 박물관이 그리는 환상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환상 간의 갭이 적어야 성립 가능한 전략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만남 사이트들이 대개 강조하듯 이곳에 들어오기만 하면 '즉석 만남'이 이뤄질 것 같은 환상도 조미료처럼 깔려 있다. 
 안타까운 건 이런 환상을 리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곳에서도 믿기지 않는 환상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좋은 케이스들이 보고되기도 했고, 드러나진 않았지만 더 많은 사례들이 존재해왔을 것이다. 그러나 환상은 환상일 뿐이다. 어떻게든 효과적인 어필을 위해 있는 자산을 가지고 쥐어짠 단어 몇 마디를 놓고 '속았어!'라는 찌질한 외침만은 하지 말자. 그러기엔 우리들은 이미 너무나도 많은 환상을 거쳐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