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
KDI 올해 성장률 2.4%→2.6%… 인력 채용 기업 53.7%로 하락
경기 회복세가 고용 연결 안돼
수출 호조세 덕분에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는 나은 성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일부 업종, 일부 대기업에 국한돼 대다수 경제주체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어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KDI)이 18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2.6%로 끌어올렸다. 작년 12월 2.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가 5개월 만에 0.2%포인트 높인 것이다. 이날 국제통화기금(
IMF) 역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지난달 예측한 2.6%에서 한 달 만에 2.7%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2.5%에서 2.6%로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것을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이 당초 우려보다는 국내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업종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경기 회복의 실마리가 풀리고 있다. 수출은 올 들어 3월까지 3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KDI는 작년 12월 전망과 비교해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1.9%에서 4%로 대폭 높였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9%에서 4.3%로, 건설 투자 증가율은 4.4%에서 6.4%로 각각 높였다. 수출 실적이 늘어나면서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종 지표가 호전되고 있지만 고용 시장에는 온기가 돌지 않아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444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3000명 줄었다. 9개월 연속 감소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전국 100인 이상 기업 258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채용을 실시했거나 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 비중은 53.7%로 절반을 간신히 넘겼다. 이 수치는 2014년 72.3%를 정점으로 3년 연속 하락했으며 2011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기 회복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일부 수출 대기업이 호황을 누릴 뿐 대다수 기업의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기정 경총 상무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실적 악화와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를 이유로 채용을 줄이고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이 누리는 호황이 산업계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 가운데 고용의 질이 나빠지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향후 경기를 낙관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성훈 기자]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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