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이 29일(현지시간) 트럼프 취임 100일을 맞아 뉴욕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자들은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가면을 쓰고 중국· 북한과의 외교 관계,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 건강보험 및 환경정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트럼프를 조롱했다. AP뉴시스“위대한 전투들이 벌어질 테니 준비하라. 우리는 백전백승하게 될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지지자들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 100일간의 기록은 매우 흥분되고 또 매우 생산적이었다”면서 “나는 이제 다가오는 위대한 싸움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장의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화자찬’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란 비난도 쏟아졌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대선 당시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다시 등장한 이날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의 성과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치적’을 일일이 늘어놨다.
취임 90일 때 성과가 좋았다는 자평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언론(가짜 뉴스)이 우리 성과를 언급하는 것을 거부하지만 우리는 28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강력한 국경과 낙관주의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나의 취임 첫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셀프 극찬’을 이어갔다.
언론을 향한 노골적 적개심도 다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들은 오늘 우리와 함께하고 싶었겠지만, 매우 지겨운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발이 묶였다”고 비아냥댔다. 그는 이어 “할리우드 배우들과 워싱턴 언론계 인사들은 호텔 방에서 서로를 위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워싱턴의 ‘오물(
swamp)’들로부터 161㎞ 이상 떨어진 이곳에서 더 많고 더 나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어 더없이 기쁘다”고 조롱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자들 앞에서 자랑을 늘어놓는 동안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워싱턴
DC 힐튼호텔에서 ‘백악관 없는’ 백악관 기자단 연례 만찬을 가졌다. 대통령을 위시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은 물론 초청받은 백악관 직원들도 거의 대부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트럼프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기 위해 ‘수정헌법 1조(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 사회의 언론 역할’을 주제로 정한 이날 만찬에서 연사로 나선 코미디언 하산 민하지는 “우리나라 지도자는 이 자리에 없다. 모스크바에 살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풍자했다. 또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골프 경기를 하길 바라야 한다. 딴 데 신경이 팔릴수록 북한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기자단 간사인 제프 메이슨 로이터통신 기자는 “우리는 가짜 뉴스가 아니고, 망해가는 뉴스 조직도 아니고, 미국인의 적도 아니다”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끌어냈다. 워터게이트 특종의 주인공 밥 우드워드는 “분위기가 어떻든 우린 끈기 있게 계속해야 한다”면서 “언론이 안주하면 민주주의는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터게이트 보도를 함께한 칼 번스타인도 “우리는 판사도, 입법자도 아닌 기자들”이라며 “우리의 일은 확보할 수 있는 최상의 진실을 내놓는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때는 더욱 그렇다”고 후배 기자들을 독려했다.
글=구성찬 기자
ichthus@
kmib.
co.
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국민일보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취재대행소 왱!(클릭)]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