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5]
TV토론서 처음 맞붙은 문재인·안철수… 이념·정책 집중공격
- 文의 '적폐세력' 발언 놓고 공방
文 "舊여권 정당이 적폐세력… 김진태·윤상현도 安지지 발언"
安 "北이 촛불집회 우호적이라고 집회 참석자가 北과 가까운거냐"
- 과거 黨강령 놓고 재격돌
文 "安, 새정치연합 당대표때 黨강령서 5·18정신 삭제 주장"
安 "잘못 알려진 흑색선전… 실무진 잘못 내가 바로잡았다"
- 홍준표·유승민은 文·安에 협공
"文, 北에 인권결의안 물어봤나… 아니라면 송민순이 엉터리인가"
"安, 사드 반대했다 찬성 돌아서 왜 철학과 원칙 없이 말 바꾸나"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13일 한국기자협회·
SBS가 공동 주최한 대선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이념 및 정책 문제를 두고 정면충돌했다. 2012년 대선 때 단일화까지 합의했던 두 후보지만 이날은 서로를 봐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등 보수 후보들은 문·안 후보를 협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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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논쟁두 후보 간 공방은 안 후보 질문으로 시작됐다. 안 후보는 문 후보에게 "저에게 적폐 세력 지지를 받는다고 한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저를 지지하는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국민이 무슨 죄가 있느냐. 박근혜 정권과 함께한 구(舊)여권 정당이 적폐 세력 아닌가"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자신이 보수 정당과 연대하기보다는 자강론(自强論)을 강조해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촛불 집회에 대해 북한이 우호적으로 보도했다고 촛불 집회 참석자들이 북한과 가까운 것이냐"고 말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자유한국당과 극우 논객들의 지지는 짝사랑이라고 하자. 그래도 국민의당도 함께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안 후보는 "제가 (자강론으로) 그렇게 정리하고 후보 됐다"고 답했다.
목 타는 兩强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대선 후보 첫 합동토론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안 후보는 "문 후보 캠프 사람 중에 박근혜 정부 탄생에 공을 세운 사람이 많다. 문 후보랑 손잡으면 죄가 사해지고 제가 지지를 받으면 저는 적폐 세력이 되는 것이냐"고 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야말로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랑 함께하는 분 중에 이번 국정 농단 세력에 관여한 사람이 누가 있나"고 말했다.
문 후보가 "저는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한 안 후보의 말씀이야말로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자, 안 후보는 "전 적폐 세력이라고 말한 적 없다. 적폐 세력이 저를 지지한다고 한 것은 문 후보가 한 말"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김진태, 윤상현 이런 분들이 지지 발언을 했다. 아주 유명한 극우 논객도 자기들 힘으로만 안 되니 대리로 안 후보에게 주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연대 문제에도 이견을 보였다. 문 후보가 "안 후보는 민주당과 절대 함께할 수 없다고 하면서 무슨 통합을 얘기하느냐"고 하자, 안 후보는 "합당을 못 하겠다는 것이지 협치는 내가 말한 대로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안 후보가 "여기에 유승민 후보, 홍준표 후보도 나와 있는데 두 분 다 적폐 세력이냐"고 문 후보에게 묻자, 문 후보는 "저는 (두 사람이) 적폐 세력 출신이라고 본다"며 "홍 후보는 피할 수 없고, 유승민은 그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어 앞으로 우리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두 후보는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함께 활동할 때 당 강령 문제로 이견을 보였던 부분을 두고도 격돌했다. 먼저 문 후보는 "안 후보가 당대표를 할 때 5·18 정신과 6·15 (남북 정상) 선언을 당 강령에서 삭제하자고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실무 논의 상황에서 잘못된 발언이 나와 바로잡았다. 지금 국민의당 강령을 보면 모두 명시돼 있다"고 했다. 문 후보가 "(삭제는 안 된다고) 비판을 받아 철회한 것 아니냐"고 하자, 안 후보는 "잘못 알려진 흑색선전"이라며 맞섰다.
4차 산업혁명에서 정부 역할을 두고도 두 후보는 강조점이 달랐다. 안 후보는 "정부가 교육, 과학 개혁과 공정 경쟁이 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들면 기업이 창의력을 발휘해 발전시킬 것"이라며 민간 우선 원칙을 밝혔다. 그러나 문 후보는 "그런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인프라(기반) 구축도 그렇고,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정부에 무게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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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후보들은 문·안 협공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등 보수 후보들은 야권의 '2강(强)' 후보에 맞서 공동 전선을 폈다. 문 후보에 대해선 주로 '안보관'을, 안 후보에 대해선 '리더십'을 문제 삼았다.
문 후보가 먼저 "나는 (노무현 정부)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안보 문제를 다뤄봤다"고 하자 홍 후보는 곧바로 "그 회의에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때 문 후보가 '북한에 먼저 물어보자'고 한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가 "아니다"고 하자 유 후보는 "그럼 송민순 전 장관 회고록은 완전 엉터리네요?"라고 했다. 송 전 장관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당시 정부가)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대북 인권 결의안에 기권했고 문 후보도 그 결정에 참여했다'고 썼다.
이어 유 후보는 "문 후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다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모든 가능성을 다 열고 다음 정부로 미루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에 대해서도 "리더십 중 중요한 게 강단과 결기인데, 안 후보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다 빠졌고, 사드는 반대하다가 국민투표 주장하다가 다시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런 유약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제 강단과 결기는 지난 총선 때 증명됐다. 창당해서 곧바로 40석 정당 만든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라고 답했다. 유 후보도 안 후보의 사드 관련 입장 변경을 지적하며 "지도자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이런 식으로 철학과 원칙 없이 말을 바꾸면 되겠느냐"고 했다.
[정우상 기자
imagine@chosun.com]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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