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조선 지원여부 미지수에 동남권 지역경제 휘청
- 기자재 업계 1년새 100여개 파산, 나머지도 불안정- 사내 하청은 일감 감소에 2만명 실직, 1만명도 위험- 정부는 업종전환 유도.."그냥 문 닫으란 소리" 불만
|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모습. 이데일리DB | |
[이데일리 이재운 성문재기자] 25년간 대우조선해양에 배관 등의 기자재를 납품해온 A업체는 작년초 대비 물량이 50% 감소했다. 그나마 오랜 기간 대우조선과 신뢰를 쌓아온 탓에 가까스로 버티고 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조선 기자재 업체나 하청업체가 문을 닫은 곳이 200여개가 넘는다. A업체 대표는 “현재까지 직원들의 정리 해고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곧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며 “대부분의 기자재 업체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형 조선사가 휘청이면서 기자재·하청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조선업 생태계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감마저 감돈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채권단 채무조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 법정관리로 갈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며 조선기자재업체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자칫 대우조선이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으로 갈 경우 하청업체나 기자재업체들의 줄도산에 수많은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기자재 업종, 이미 100여개사 파산..나머지도 연쇄부도 우려”
동남권으로도 불리는 울산과 경남 거제 지역에는 과 대우조선· 등 대형 조선소와 여기에 각종 기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조선기자재 업종이 몰려있다. 이들은 조선업 전체의 불황에 따른 직격탄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이후 1년새 100여개 협력 업체가 파산했다. 이 상황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정부 지원이 무산될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등 1300여개 관련 업체는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기존에 납품한 기자재 대금과 인건비 지연 지급으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임금 체불은 물론 2차, 3차 벤더의 자재대금 지급 불능으로 연쇄부도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과 거래 비중이 높은 B업체 사장은 “이미 동남권 지역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한 차례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여서 중앙 정부가 주의깊게 접근해야 한다”며 “대우조선까지 무너지고 나면 지역경제의 회복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해운업 침체로 경영난에 봉착한 조선기자재업체들의 사업다각화를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사업도 유명 무실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65대35의 비율로 사업다각화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지원 조건이 △조선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투자 후 3년 내 새로운 사업의 비중이 총 매출의 30%까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수배관 지지대를 만드는 C업체 사장은 “대기업도 신사업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드는데 중소기업이 그런 여유가 어디 있느냐”며 “쌀 수요가 없다고 벼농사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동료 2만명 실직..옮길 자리도 없다” 사내하청 고용불안 호소
대형 조선사 내 사내 하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적 악화에 따라 조선사가 자사 고용인력(직영인력) 노동조합과 껄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사내 하청 소속 직원부터 줄여 나가기 때문이다. 지난 11일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간부 2명이 울산 동구 염포산터널 연결 고가다리 아래 높이 20m 가량의 철재 구조물에 올라가 농성을 시작했다.
해당 업체는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사업장에서 일하던 70여명 규모의 사내하청 업체로, 현대미포조선이 계약을 해지하면서 직원들이 모두 흩어져 따로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농성자들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이미 2만여명의 하청노동자들이 쫓겨났고, 앞으로 1만여명이 더 해고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하청노동자들은 그 어떠한 보상과 위로도 없이 그냥 쫓겨난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인근지역 중소 조선사도 역시 일감이 없어 이들은 실직하면 구직을 위해 살던 지역을 아예 떠나야 할 판이다.
|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간부 2명이 지난 11일부터 울산 동구 염포산터널 연결 고가다리 아래 철재 구조물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이미 사내하청 비정규직 2만여명이 해고됐으며 추가로 1만여명이 더 해고될 위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독자 박용석씨 제공) | |
이재운 (
jwlee@
edaily.
co.
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