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꼭 한번 이용후기를 써보려고 했는데 드뎌 오늘 한번 써보게 되네요.
아마 학교 다닐 때 독후감 이후로 이렇게 고민하며 글써보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한동안 얼마나 눈치를 살폈는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이용후기가 꽤나 올라오더니 한국인의 냄비근성도 여기서 나타나는 건가요?
~ 펄펄 끓다가 한순간에 확 식어버리는 오묘한 분위기, 어느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네요. 나 혼자 후기 쓰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소심한 생각에
전형적인 A형의 피는 속이지 못하나봅니다.
저는 올해 어쩔 수 없이 학교 휴학을 했습니다.
1년만 더 악착같이 버텨내면 졸업하고 어느 정도 자리 잡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1년을 더 버텨내기가 힘드네요. 썩 좋은 학교가 아닌지라 학생들 가르치는 과외는
해보지 못했지만 그동안 학교 다니면서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만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통장에 백만원을 모으기 힘들었던 것은 내년에 미대입시
준비하는 동생을 모른척할 수 없어서 이래저래 뒷바라지 하며 신경을 쓰다 보니 한해가
늦어지는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물관 사이트는 주말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짧은 시간에 아주 많은 사람을 만나볼 수 있었던 제겐 아주
은밀한 곳이지요. 주변 친구들이나 함께 사는 동생도 제가 이곳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을
모릅니다. 아마 누군가 알게 된다면 당연히 저를 이상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 볼 것이
뻔해서 쉬쉬~하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거든요. 한때 이렇게 이 사이트를 이용해서 많은 분을
만나다가 요즘은 발길이 뜸해지고 가끔 들어와서 사람들이 써 놓은 후기나 읽고 웃다가
가게되었는데 이곳에서 꽤나 좋은 분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 이유라면 가장 큰 이유지요.
박물관에 황제라고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쪽지를 보내거나 메일을 보냈을 때 답장을 받아
보기란 아마 경험해 보지 않은 모릅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온갖 정성을 다 들여서 마음을
혹~하게 하지 않는 이상 거의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완전 실속 없는
짓이거든요.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아서 몇 분의 황제 분께 쪽지를 날리니 일주일 넘어서 딱
답장 한통오더군요. 아마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나름
정성들여 진심을 담아서 보내니 “지성이면 감천이다”고 했던가요.~ 답장이 왔습니다.
제 기억으론 박물관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때도 그분은 황제였는데..ㅎㅎ(사실, 박물관 관리
자이거나 짝뚱 황제라고 생각했음)달이 바뀌어도 황제 타이틀을 달고 계시더라구요.
첫 번째 답장이 아주 가관이었습니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책임 질줄 아는 성인이고, 자신의 필요한 목적을 얻고자 모여든 사람들이니 사고는
열려있되 머릿속에 개념은 좀 있는 사람으로 배려심 운운하면서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는
사람보다는 상대의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는 그런 분이면 한번 만나고 싶다
며 ..기를 팍팍 죽이는 딱 부러진 말씀으로 쪽지를 대신했습니다. 제가 볼 때는 분명히
선수였지만 본인은 절대 선수가 아니라고 했었고 자신은 박물관의 황제들처럼 정말 대단하
거나 화려한 사람은 아니라고 은근히 겸손함까지 탑재한 완전한 선수였습니다.
저는 이런 선수와 지금도 인연을 놓지 않고 찐하고 은밀한 사이가 되어버렸지만 상대를 생각
하며 가까워지고 더 친해지는 것은 종이 한장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상대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하는 것을 저 혼자 고민하면서 복잡하게 줄자처럼 앞뒤를
재어가면서 머리를 쓰면 끝도 없이 어려워지는 것이 머릿속에 혼돈만 더해가고 반대로
상대가 진중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며 접근하는 것을 저 혼자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생각하면
서 받아드리면 저는 형편없이 싼티 펄펄 풍기는 여자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상대의 눈높이에서 함께 어울려 줄 수 있는 게 이곳에서의 지혜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
표현이 옳겠군요. 저는 지금도 이분께 아주 많은 도움과 즐거움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그치만.. 한번도 저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거나 마음을 다치게 한 적이 없는 그분은 제가 만나
본 박물관의 최고 “젠틀남”임은 확실합니다.
내일은 그분과 서울 외곽으로 바람을 쐬러가기로 했습니다.
그냥 박물관에 들렀다가 이렇게 후기를 한번 써 보고 가게 되네요. 모두들 좋은 하루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